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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기록

깜깜한 동굴 속에서 활을 쏘는 법

by dukekwak 2026. 5. 22.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 안에서, 활과 화살만 들고 과녁을 맞춰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엔 단순한 비유처럼 떠올랐다.
하지만 생각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한 상태가 아니다.
방향도 확신도 없는 상태다.
과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처음 쏘는 화살은 명중을 위한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첫 화살은 탐색이다.

벽에 부딪히는 소리, 허공을 가르는 느낌, 어딘가에 닿고 되돌아오는 미세한 반향. 인간은 그런 실패의 흔적들을 모아 조금씩 공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많은 일들이 그렇다.

젊은 시절의 직장 생활도, 새로운 사업도, 인간관계도, 그리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디지털 세계도 결국은 보이지 않는 동굴 속 활쏘기에 가까웠다.

 

우리는 흔히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지혜로운 사람은 보면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당해야 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한 가지를 더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은 당하고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한 사람들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인간은 단순히 경험한다고 배우는 존재가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현실을 해석한다. 실패조차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재료로 바꾸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결국 인간을 성장시키는 것은 경험 자체보다도 자기 수정 능력인지 모른다.

 

공자의 말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三人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점을 배우라는 “擇其善者而從之”는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뒤의 문장이다.

“其不善者而改之”

좋지 않은 점을 보거든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치라는 뜻.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은 남의 장점은 흉내내려 하지만, 남의 부족함 속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어쩌면 변화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해야 산다.”

짧은 문장이지만 기업에도, 국가에도,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처럼 느껴진다.

한 시대를 지배하던 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도 대부분 무지 때문이 아니라 변화 거부 때문이었다. 사람도 비슷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기존 세계관을 놓지 못해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학생부군신위(學生府君神位)”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은 죽은 뒤에도 ‘학생’으로 남는다.

예전에는 단순한 유교식 표현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인간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배우다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나 역시 아직 동굴 안에 있다.

다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과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화살 쏘기를 멈추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정확히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계속 반향을 들으며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by dukekwak May 22, 2026